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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26 런던에서 쓰는 일기. 무민샵/애플마켓
posted by 키리1 2015. 11. 26. 20:51

 

여행이 주는 힘이란,

 

삶에 숨어있던 진심을 밝혀주는 것이라고 해야할까.

 

고민이 없던 것 같던 일상에도 쉼표는 늘 필요하다.

 

술술 써내려가던 일기도 가끔 막히듯이 때로는 수정도 필요하고

 

삭제가 필요한 일도 있는 법이다.

 

이미 엎지러진 물과 뱉어낸 단어는 어찌할 수 없으니

 

그러한 과오나 실망을 기억하는 나 자신을 비우는 것만이

 

남은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다.

 

그러므로 여행은 내 삶에 구석구석 끼어있던 고독이나 슬픔,

 

생각만해도 복잡해서 언젠가로 미뤄뒀던 감정들을 꺼내어

 

되씹어 보는 그런 시간인 것이다. 

 

결국 산책과 같다.  

 

 

 

 

 

 

 

 

타국에서의 아침은 공기부터 다르다.

 

보일러 대신 히터를 쓰는 문화권에서는 특히 그렇다.

 

안 그래도 달고 사는 인공눈물을 두배는 써가면서

 

거금들여한 라식 수술에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아무 글이나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렇다고 이토록 아무 글이나 써도 될까 싶다.

 

내가 찍은 사진에 대한 정보가 아닌 감상을 적는 것이 ..

 

누군가를 보기 위해 적는 이 글의 불필요함에 대해 생각해보려다가

 

이내 만다. 다음 여행 쯤으로 미뤄두는 것으로.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만큼

 

낯선 것이 있을까?

 

내 것이지만 내가 가장 부르기 어려운 이름이 내 이름인 것을,

 

가짜로 지어간 영어 이름이 이렇게도 편할 줄이야.

 

결국 그 이름은 내가 아닌 것이겠지.

 

Jen 이라는 이름은 영국에 사는 울 사촌언니의 절친 이름이다.

 

내가 왜 Jen 이란 이름으로 불리우길 바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녀의 존재를 안 것이 먼저인지 우연히 같은 이름인지 조차 기억이 안난다.

 

한창 즐겨봤던 미드인 프렌즈에서 제니퍼 애니스톤을 너무도 사랑해서

 

그래서 붙였던 이름 같긴 한데 이 또한 확실하지 않다.

 

 

 

 

 

 

 

본명은 할아버지가 언제 어떻게 어떤 사람에게 받아서

 

붙여줬다는 증서까지 있는데 ㅎㅎ

 

성인이 되어서도 어차피 나는 내 이름 하나 제대로 의미있게 붙이지 못하는

 

천상 애와 같이 살고 있다.

 

무민샵에 가서 꺅꺅  대며 귀여운 소품을 보고

 

애플마켓이라는 시장에가서 사람 냄새를 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니 숙소.

 

쳐놓고 나니 집이 그립다.

 

여행은 또 본래의 것을 그리워하게 만드는데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